향기로 본 30년: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향수 트렌드 변천사
1990년대 ~ 2000년대 초반: ‘파워풀’에서 ‘미니멀’로의 전환기
“강렬함에서 깨끗함으로, 향기의 세기가 변하다.” 1990년대를 열던 향수들의 세계는 1980년대의 잔향을 이어받아 파워풀한 향으로 가득했습니다. 80년대의 패션이 거대한 어깨 패드와 과감한 스타일을 자랑했던 만큼 향수도 진하고 관능적인 오리엔탈 향, 화려한 화이트 플로럴 향이 주류였죠. 디올의 “포이즌(Poison)”이나 입생로랑의 “오피움(Opium)”같은 향수들은 한 번 뿌리면 방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렬한 향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러한 ‘빅 퍼퓸’의 시대는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권력을 상징했고, 당대의 글래머러스한 문화와 궤를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향과 화려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가볍고 깨끗한 향에 대한 선호가 대두된 것이죠. 90년대 향수 트렌드는 “청정”과 “절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향수 전문가들은 “80년대의 과장을 딛고 90년대에는 보다 수수하고 편안한 향수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합니다. 바다 내음의 마린 향조와 은은한 바닐라의 단 향이 다시 등장하며, 무겁기보다 포근하고 신선한 향이 각광받았습니다.
특히 시트러스나 물의 느낌을 살린 “깨끗한” 계열의 향수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를 대표하는 것이 **이세이 미야케의 “로 디세이(L’eau d’Issey)”**입니다. 1992년에 출시된 이 향수는 폭포의 물안개를 연상시키는 맑은 플로럴-아쿠아틱 향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엘리자베스 아덴의 “선플라워(Sunflowers)”(1993)는 멜론, 피치 등의 과즙 맑은 과일 향과 밝은 꽃향을 담아내어 90년대의 경쾌한 여름 감성을 전했습니다. 이러한 향수들은 1980년대의 짙은 향과 대비되는 산뜻함으로 사랑받았죠.
한편 90년대는 향수의 젠더 규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1994년, 캘빈클라인은 **“CK One”**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유니섹스(남녀공용) 향수 붐을 일으켰습니다. CK One은 출시와 동시에 “누구나 같은 향을 즐길 수 있다”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기존에는 향수가 남성과 여성용으로 철저히 구분되었지만, CK One의 성공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유니섹스 향수 시장에 도전하게 되었죠. CK One의 향은 레몬, 파인애플 등의 상큼한 시트러스와 가벼운 머스크의 조화로 밝고 깨끗하며 캐주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당시 “비누로 갓 씻은 듯한” 비누향이 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산뜻했는데, 이는 90년대의 미니멀리즘 패션과도 잘 어울리는 향취였습니다thecut.com.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차림의 청춘들이 등장한 CK One의 흑백 광고 캠페인은 젠더리스 패션과 그런지한 스트리트 감성을 담아내며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튀지 않고 깨끗한 것이 혁명적”**이라는 평까지 나왔을 만큼, CK One의 등장은 향수계에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렇듯 90년대 중반을 거치며 향수는 ‘강렬함’에서 ‘깨끗함’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플레저스(Pleasures)”(1995)가 대표적입니다. 이 향수는 비 온 뒤 정원의 꽃내음을 콘셉트로 한 은은한 꽃향(피오니, 백합 등)에 그린 노트와 산뜻한 머스크를 더해 살짝 젖은 꽃다발 같은 향을 구현했습니다.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플로럴 향을 내세운 플레저스는 “향수는 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을 유행시켰습니다. 이는 80년대의 도발적 향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신호탄이 되었죠. 같은 시기 랑콤의 “트레소르(Trésor)”(1990) 역시 복숭아와 장미, 아이리스에 머스크를 조합한 포근한 프루티-플로럴 향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부드러운 여성미를 강조한 향수로 기록되었습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가면서, **“비누 향” 혹은 “샤워 갓 마친듯한 향”**이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한 향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아예 “비누 향”을 콘셉트로 내세운 향수 브랜드 **“클린(CLEAN)”**이 2003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클린’ 브랜드의 첫 제품은 말 그대로 비누 같은 향기의 향수로, 복잡한 향조를 배제한 심플함이 특징이었습니다. 이 샤워 막 끝낸 듯한 향수는 무겁고 복잡한 기존 향수들과 달리 산뜻하고 가벼운 매력을 앞세워 출시되었고, 이는 향수가 **“너무 진하고 비슷비슷하다”고 느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비누 향” 클린은 등장하자마자 빠르게 인기를 얻어 세포라 등의 향수 판매 순위 Top10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죠. 이처럼 피부에 남은 비누 거품 향기나 뽀송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연상시키는 향수들이 사랑받으면서, 향수 시장은 보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무드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한편 팝 컬처의 영향도 이 시기 향수 트렌드 변화에 한몫했습니다. 2000년대 초 등장한 셀러브리티 향수 열풍이 그 예인데, 그 시작을 알린 것이 바로 제니퍼 로페즈의 **“글로우(GLow)”**였습니다. 2002년 출시된 이 향수는 **“산뜻·섹시·클린(Fresh-Sexy-Cle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듯한 깨끗한 살내음에 은은한 섹시함을 더한 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네롤리와 파우더리 머스크 노트가 만들어내는 비누 거품 같은 부드러운 향기는 기존의 향수들과 차별화를 이루었고, 글로우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을 건 향수 출시가 잇따랐습니다. 이처럼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진한 향기”에서 “산뜻한 향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향수계에는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활짝 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 2010년대 초반: 다양한 콘셉트와 라이프스타일의 반영
“향수, 대중 속으로 – 다양성의 시대”
2000년대 중반에 이르자 향수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이 시기에는 명품 패션 하우스부터 팝스타, 인디 조향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체들이 앞다투어 향수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급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향수들이 대량으로 등장해 향수가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과 차별화된 향을 찾는 매니아층을 겨냥한 니치 향수(Niche Perfume)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했습니다. 이는 마치 영화 산업에서 대형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가 공존하며 각기 팬덤을 형성하는 모습과도 비슷했죠.
우선 주류 향수 시장을 돌아보면, 2000년대는 향수가 더 이상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향수는 일상 속의 사치품으로 대중화되었고,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하나의 향수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2001)은 90년대 혁신작인 앙젤(Angel)의 영향을 받아 패출리와 달콤한 구르망 향을 세련되게 조합한 작품으로, 발매 직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터 오렌지와 장미, 패출리가 어우러진 코코 마드모아젤의 모던 오리엔탈 향취는 2000년대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당당한 이미지를 부여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죠. 2005년에는 패출리와 캔디향을 화려하게 활용한 **빅터앤롤프의 “플라워밤(Flowerbomb)”**이 등장해, 달콤하고도 강렬한 앰버 플로럴 향으로 또 하나의 신화를 썼습니다. 이처럼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개발된 독창적 조향 포뮬러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중적 취향에 맞게 변주되면서, 코코 샤넬 Chance(2002), 디올 J’adore(1999), 플라워밤(2005) 등 국제적인 히트향수들이 연이어 탄생했습니다. 이는 향수의 극단적 상업화로 불릴 정도로 시장을 급성장시켰고, 실제로 이 시기 여러 향수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판매 상위권에 남아 있을 만큼 막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인스트림 향수 붐과 나란히, “나만의 향”을 찾아나서는 개성파 소비자들도 증가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유명 연예인 향수나 대형 브랜드 향수를 뿌리는 데 싫증을 느낀 이들은 색다르고 독창적인 향을 갈망하게 됩니다.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니치 향수 브랜드의 탄생과 부상이었습니다. *니치(niche)*란 말 그대로 “틈새”를 의미하듯이, 니치 향수 브랜드들은 거대 패션하우스나 화장품 기업 산하의 향수와 달리 독립적으로 소량 생산되며 실험적인 향조를 추구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프랑스의 **프레데릭 말(Frédéric Malle)**과 조향사 세르주 루텐(Serge Lutens)(둘 다 2000년)을 시작으로, 르 라보(Le Labo)(2005년 뉴욕 설립), 바이레도(Byredo)(2006년 스웨덴 설립), 줄리엣 헤즈 어 건(Juliette Has a Gun)(2006년), 톰 포드 프라이빗 블렌드(Tom Ford, 2007년), 킬리안(By Kilian)(2007년), 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2009년) 등 수많은 니치 향수 하우스들이 우후죽순 탄생했습니다.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농구선수 출신 벤 고햄이 만든 바이레도, 천재 조향사 프랑시스 커정이 만든 메종 프란시스 커정이 있다”*고 할 정도였죠. 이들 브랜드는 기존 명품 디자이너 향수가 추구하던 공식을 깨고 자신들만의 조향 철학을 앞세웠습니다. 가령 프레데릭 말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향수를 뿌리는 세태”에 반발하여, 마스터 조향사들이 자기 개성을 마음껏 담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에디션 드 파퓸 프레데릭 말을 시작했습니다. 르 라보는 향수를 구매할 때 병에 고객의 이름을 라벨로 출력해주는 퍼스널 라이징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고, 각 도시 한정 향수를 내놓는 등 장인정신과 희소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바이레도의 벤 고햄은 농구선수에서 전향한 이색 이력답게 자신이 여행하며 겪은 후각적 기억을 예술적 향수로 풀어내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니치 브랜드들은 대량 마케팅보다는 조향사의 창의성, 고급 원료, 브랜드만의 감성에 집중했고, 젠더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유니섹스 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격대는 높았지만 향료의 품질도 뛰어나 **향수 애호가들 사이에선 “돈 값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충성층을 확보했죠.
니치 향수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향 취향을 다각화시켰습니다. “조말론·딥티크·바이레도”(일명 조·딥·바)로 대표되는 니치 향수 3인방은 감성적인 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더 이상 니치가 ‘매니아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디올, 샤넬, 불가리 같은 전통적인 패션향수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드는 반면, 니치 향수가 국내 향수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고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유통 채널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니치 향수의 대중화가 세계적인 흐름임은 분명합니다. 오죽하면 “니치 향수는 언제부터 더 이상 니치하지 않게 되었나?”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니치 향수 열풍은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세대의 취향과 맞물려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 향수 포럼과 블로그, 국내 향수 카페 등 SNS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향수 컬렉션을 자랑하고 “오늘의 향수(SOTD)”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취향이 비슷한 전세계 향수 애호가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유명 조향사의 한정판 작품부터 작은 인디 브랜드의 향까지 입소문이 타고 국내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과거 같으면 시향조차 어려웠을 독특한 향들을 이제는 온라인 후기와 커뮤니티 평점을 참고해 주문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죠. 이처럼 소비 패턴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향수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어, 각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향수 콘셉트에 반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웰빙과 힐링이 강조되면서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한 향수들이 늘어났습니다. 조 말론 런던은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처럼 영국의 정원과 과일, 허브에서 영감을 받은 일상적 향으로 사랑받았고, 딥티크는 무화과나무(Fig), 탑승권(Airline Ticket) 같은 독특한 테마를 가진 향초와 향수를 선보여 감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또 스마트폰과 e커머스의 발달로, 향수도 백화점 카운터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샘플 키트를 주문해 집에서 시향해보는 문화가 시작됐습니다. 전통적인 향수 유통 경로가 바뀌면서, 니치 브랜드들도 자사 웹사이트나 전문 편집숍을 통해 전세계 고객과 직접 만나는 일이 흔해졌죠. 이러한 변화들은 향수가 단순히 “남을 위한 치장”이 아닌 **“나를 위한 경험”**으로 인식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요컨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향수의 취향 분화와 커뮤니티의 성장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을 찾기 위한 더 넓은 선택과 정보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 현재: 지속가능성, 개인화, 젠더 뉴트럴이 이끄는 트렌드
“향기에 담는 가치 – 윤리와 맞춤의 시대”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2020년대)에 이르는 향수 트렌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 지향적이며 개인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개인 맞춤화(Personalization), 그리고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현대 향수 시장을 이끄는 중심축이 되었죠.
우선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향수업계도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생산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명품 향수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리필 가능한 보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찌, 겔랑, 샤넬 등은 기존 베스트셀러 향수의 용기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대용량 리필 병을 출시하여 향수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럭셔리와 지속가능성은 양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또한 비건(vegan) 향수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인증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급증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향수에 사용되던 동물 유래 향료(예: 시빗 혹은 천연 사향)는 윤리적 이유로 점차 배제되고, 그 자리를 식물성 또는 합성 대체품이 채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브랜드 러쉬(Lush)나 미국의 헨리 로즈(Henry Rose)는 전 제품 비건 향수를 선언하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안전한 합성분자로 클래식 향료(예: 사향)를 대체하는 등 윤리적 조향을 내세워 주목받았습니다. 2020년 캘빈클라인이 선보인 **“CK Everyone”**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CK One의 현대적 후속작 격인 CK Everyone은 성별 구분 없는 젠더리스 향수일 뿐 아니라 향수 액체의 79%를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고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은 비건 포뮬러로 제작되었습니다. 또 용기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포장재에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등 **향수 업계 최초의 ‘클린(clean) 프래그런스’**를 표방했죠dfnionline.com. 이렇게 환경과 윤리를 고려한 향수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지속가능성은 현대 향수 브랜드의 새로운 럭셔리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향수 브랜드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전략, 지속가능한 소재 투자, 그리고 기존 틀을 벗어난 센서리 기술 접목 같은 방향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개인화, 즉 맞춤형 향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는 소비자 각자가 자기만의 향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인데요. 최근 몇 년 사이 AI(인공지능) 기반 조향 플랫폼들이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iRomaScents라는 스타트업은 설문을 통해 사용자 기분과 향취 선호 데이터를 수집하면, AI 알고리즘이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향을 추천하거나 조향해주는 서비스를 시도 중입니다. *“상상이 가나요? 더 이상 향수가 수동적으로 뿌리는 제품이 아니라, 나와 상호작용하며 내 기분에 맞춰 변화하는 세상이요”*라고 이 회사의 조향 전문가는 말합니다. 이처럼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향을 찾아주는 시스템은 향수 선택 과정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어주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수백 가지 향 속에서 자기 취향을 찾는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일부 향수 하우스들은 맞춤형 조향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고급 향수점에서는 조향사와의 상담을 거쳐 고객만을 위한 온리원 향수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미국의 몇몇 인디 브랜드는 소비자가 온라인 퀴즈에 답하면 AI가 향을 조합해주는 맞춤 향 제작 키트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수가 대량생산품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담는 1:1 맞춤 작품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레이어링(layering) 문화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레이어링이란 두 가지 이상의 향수를 겹쳐 뿌려 새로운 향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향수 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퍼진 트렌드입니다. 사실 향수를 섞어 쓰는 발상은 중동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존재했지만, 서구 시장에서는 조 말론 런던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조 말론의 향수들은 단순하고 깔끔한 솔리플로르 계열로 구성되어 서로 조합해도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만들어졌는데, 브랜드 측에서 공식적으로 “자신만의 조합을 찾아보라”고 권하면서 소비자들도 즐겁게 여러 향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은 오렌지 블로섬에 우드를 한 방울 얹어볼까” 식으로 나만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인기 향수 레이어 조합을 추천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향수를 1개만 쓰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믹스매치하는 즐거움이 새롭게 부각되었습니다. 레이어링 문화는 소비자가 향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향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젠더 뉴트럴(성중립적) 경향은 현대 향수 시장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앞서 90년대에 CK One이 촉발한 유니섹스 흐름이 있었다면,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예 “남성용, 여성용” 구분을 없앤 향수가 주류로 부상했습니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2010년 신제품 향수의 17%만이 유니섹스였던 것이 2018년에는 51%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제 절반 이상의 향수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중성향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뜻이죠. 젠더리스 향수의 인기는 특히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꽃 향기가 꼭 여자만의 것이 아니고, 우디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남자만의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향수 브랜드들도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2019년 구찌가 선보인 **“메모아 뒨 오도르(Mémoire d’Une Odeur)”**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구분을 없앤 향수로 화제가 되었고, 같은 해 셀린느(Celine)도 11종의 향수를 모두 성별 표기 없이 출시하여 주목받았습니다. 이들은 광고에서도 전통적 성 역할 이미지를 배제하고, 중성적인 분위기나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조 말론 런던의 글로벌 부대표는 *“우리 브랜드는 처음부터 남자 향, 여자 향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스토리’와 ‘무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향을 맡으면 성별보다는 해변 절벽 위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죠. 향수 업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여성용은 달콤하고 남성용은 강해야 한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후각적 표현의 자유가 확산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줄 뿐 아니라, 향수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은 현재진행형 트렌드입니다. 향은 본디 아날로그적인 감각이라 인터넷으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업계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향수병을 비추면 해당 향수의 노트 정보와 분위기를 시각/청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한 향수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이색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l.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언택트 시향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이에 따라 클릭 한 번으로 샘플 키트를 배송받아 집에서 향을 맡아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디지털 샘플링 서비스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VR(가상현실)과 향기의 접목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령 VR 콘텐츠에 맞춰 특정 향을 분사하는 디지털 디퓨저 기술이 개발되어 전시회나 자동차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대중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온라인 쇼핑 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향기를 체험하는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은 전통적인 향수 경험을 확장시켜, 언젠가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향수 시장 전문가와 조향사가 보는 미래 전망
이제 앞으로의 향수 트렌드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전문가들과 조향사들은 한 목소리로 **“지속가능성”**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개성의 극대화”**를 미래의 키워드로 꼽습니다. 세계 향수 시장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 약 44억 달러 규모이던 글로벌 향수 시장은 2019년에 이미 6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에는 약 524억 달러(한화 60조 원 이상)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시장도 2010년대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경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러한 시장 확대의 원동력에는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 개인화 기술의 도입, 니치 향수의 대중화 등이 모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미래: 이제 친환경과 윤리는 트렌드를 넘어 향수 산업 전반의 기본 가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모니터 등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소비자 중 다수가 향수 구매 시 친환경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향수 브랜드들은 보다 혁신적인 지속가능 솔루션을 도입할 전망입니다. 예컨대 완전히 생분해되는 향수 보틀 소재나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캡과 포장재가 등장하고, 향료 원료 역시 공정무역과 친환경 농법으로 조달된 것들이 각광받겠죠. 또 조향 업계에서는 천연 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해 합성 생명공학 기술로 장미향 분자를 대량생산하거나, 폐기물 업사이클링 향료(예: 커피 추출 후 남은 폐기물로 향을 추출) 개발 등 지속가능한 향료 연구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한 조향사는 *“지속가능한 향수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원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포장∙유통∙폐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새 시대의 럭셔리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분해 가능한 소재 조달, 리필용기 개발, 윤리적 원료 소싱이 향후 럭셔리 향수의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향수의 접목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AI는 향수 창작과 개인화 영역에서 점점 큰 역할을 맡고 있는데, 향후에는 AI 조향 어시스턴트가 조향사들의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글로벌 향료회사 심라이즈(Symrise)는 IBM과 협업해 **AI 조향사 ‘필리라(Philyra)’**를 개발, 수천 개의 조향 공식 데이터를 학습시켜 새로운 향 조합을 제안하도록 했고 이것으로 상용 향수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미래에는 AI가 축적한 방대한 소비자 선호 데이터를 토대로 각 지역 문화나 계절에 맞는 향수 신제품을 제안하는 등 트렌드 예측과 개발 사이클 가속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향수 마케팅과 체험 방식도 진화할 전망입니다. 집에서도 VR 헤드셋과 연동된 향 분사 장치를 통해 매장에 가지 않고도 가상으로 향을 시향해볼 수 있고, 온라인 라이브 방송 중에 시청자가 원하면 원격으로 향기를 전달받는 서비스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현재로서는 혁신적인 개념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향수의 기능성과 새로운 카테고리 확장도 미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향수를 기분 전환이나 힐링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실제 설문에서 향 사용자 중 80%가 “향이 기분 개선에 필수적”이라고 응답했는데, 이에 부응해 아로마테라피와 Fine Fragrance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트레스 완화, 수면 보조, 집중력 향상 등 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향수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라벤더와 백단유 향으로 숙면을 돕는 스프레이나, 상쾌한 시트러스와 허브로 집중력을 높이는 “기능성 퍼퓸” 라인이 인기를 끌 수 있죠. 이는 향수가 감정 케어와 연결되면서 소비자들의 삶 속에 더욱 깊이 스며드는 방향입니다.
끝으로, 니치 향수의 대중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때 틈새로 여겨졌던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이제는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하고, 글로벌 뷰티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스티로더는 르 라보와 프레데릭 말을, 루이비통 모엣헤네시는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샤넬은 수아레오리앙(Soir d’Orient) 등의 인디 브랜드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습니다. 이는 거대 기업들이 니치 향수의 성장성과 팬층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인수로 니치 브랜드들의 유통망이 넓어지고 R&D 투자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고품질의 향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대기업 산하로 들어간 니치 향수가 과거의 실험정신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미래에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잡는 니치 브랜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겠죠. 이에 대응해 새로운 인디 조향사들은 또 다른 신생 니치 브랜드를 꾸준히 선보일 것이고, 향수 시장은 끊임없는 창의적 경쟁으로 활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요약하면, 향수의 미래는 더 친환경적이고, 더 개인화되며, 더 경계 없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향수병 하나에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기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이야기에 꼭 맞는 향이 제공되며,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이가 향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치는 앞으로도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풍요롭게 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은은한 향기로 기록해나갈 것입니다.
시대별 대표 향수 타임라인 & 트렌드 한눈에 보기
1990년대: 티에리 뮈글러 “앙젤(Angel)” (1992) – 달콤한 프랄린과 초콜릿 향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혁신적 구르망 향수. 강렬한 패출리 베이스와 설탕 같은 향으로 구르망 계열의 시작을 알린 작품. 80년대의 화려함을 잇되, 새로운 향료(에틸말톨) 활용으로 향수의 지평을 넓혔다. 캘빈클라인 “CK One” (1994) – 세계 최초의 메가 히트 유니섹스 향수. 산뜻한 시트러스와 그린티, 머스크가 어우러진 미니멀하고 깨끗한 향으로 90년대 젊은이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패션계의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물려 젠더리스 향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2001) – 현대적인 우디-앰버 계열의 플로럴 오리엔탈 향. 오렌지와 장미, 패출리의 조화로 세련된 달콤함을 구현하여 2000년대 최고의 인기 향수 중 하나로 등극. 제니퍼 로페즈 “Glow” (2002) – 셀러브리티 향수 붐의 신호탄. 비누 거품 같은 깨끗함과 은은한 머스크 섹시함을 결합한 향으로 출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Fresh Sexy Clean”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샤워 막 끝낸 듯한 피부향을 내세워 이후 수많은 스타 향수 출시의 촉매제가 됐다. 빅터앤롤프 “플라워밤” (2005) – 진한 파촐리와 캐러멜 같은 구르망 노트를 풍성한 꽃다발 위에 얹은 폭발적 향의 향수. 캔디 향 유행을 이끌며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향수가 하나의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2010년대: 르 라보 “상탈 33” (Santal 33, 2011) – 부드럽고 스모키한 샌달우드 향에 바이올렛과 가죽의 감각적 조합을 더한 유니섹스 향. 뉴욕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아내 전세계 힙스터들의 시그니처 향으로 떠올랐고, 니치 향수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바카라 루즈 540” (2015) – 에탄올에 적신 설탕을 태울 때 나는 듯한 앰버그리스 계열의 투명한 단향으로, 니치 향수가 주류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 걸작. 특유의 달콤하고도 우디한 향이 입소문을 타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구찌 “메모아 뒨 오도르” (2019) – 로마 카모마일과 머스크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향으로, 구찌 최초의 젠더뉴트럴 향수로 출시되었다. 남녀 모델 구분 없는 캠페인과 함께 **“향에 성별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향수 업계 전반의 성중립 트렌드를 상징했다.
2020년대: 캘빈클라인 “CK Everyone” (2020) – 과거 유니섹스 향수의 아이콘 CK One의 정신을 계승하되, 비건 포뮬러와 친환경 패키지로 업그레이드한 젠더프리 향수. 시트러스와 워터리 노트의 깨끗한 향에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더해 새 시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담았다. 향수 AI 크리에이션 & 맞춤 서비스의 등장 – 2020년대 초반 IBM과 심라이즈의 AI 조향사 개발, ScenTronix 등의 알고리즘 향수 제작 플랫폼 출현. 전통적인 조향 예술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개인별 맞춤향을 만드는 미래를 앞당긴 사례들이다. 이처럼 2020년대 향수 시장은 친환경·개인화·테크놀로지가 융합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향수들은 그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소비자 취향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30년 전 화려했던 향기가 미세한 향기로 변모하기까지, 향수의 역사는 곧 우리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의 변화상이었습니다. 향기의 유행은 돌고 돌지만,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향기는 또 어떤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을지, 향수를 사랑하는 이라면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curated by 신라공주 프라랑

이 그림은 향기의 세대 간 전승과 시간의 흐름 속 기억의 향기라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장소: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치는 들판, 배경에는 붉고 주황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계절의 변화와 감성적인 분위기를 전합니다. 이는 향수가 시간과 계절의 기억을 담는 매개체임을 상징합니다.
등장인물: 왼쪽에는 옛날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성인 남성이, 오른쪽에는 야구 배트를 든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있으며, 소년은 기쁨에 찬 눈빛으로 남성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남성은 소년을 향해 보호자 같은 자세로 서 있고, 오른손엔 오래된 야구 글러브를 들고 있습니다.
상징적 의미:
성인 남성은 과거의 향기를 간직한 ‘기억의 인물’처럼 보이며, 소년은 미래의 향기를 맡는 ‘새로운 세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년의 표정은 ‘순수한 감각의 발견’을 상징하고, 남성의 그림자 속 미소는 ‘전해지는 향기, 전해지는 감정’을 암시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처음 향수를 건네는 장면처럼, 후각을 통한 기억의 유산, 또는 향수를 매개로 한 감정의 연대기를 묘사합니다.
전체적 분위기: 전통적인 회화 스타일은 향수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향기가 인간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드는지를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그림은 향수의 본질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전달하는 매개체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향기로 본 30년: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향수 트렌드 변천사
1990년대 ~ 2000년대 초반: ‘파워풀’에서 ‘미니멀’로의 전환기
“강렬함에서 깨끗함으로, 향기의 세기가 변하다.” 1990년대를 열던 향수들의 세계는 1980년대의 잔향을 이어받아 파워풀한 향으로 가득했습니다. 80년대의 패션이 거대한 어깨 패드와 과감한 스타일을 자랑했던 만큼 향수도 진하고 관능적인 오리엔탈 향, 화려한 화이트 플로럴 향이 주류였죠. 디올의 “포이즌(Poison)”이나 입생로랑의 “오피움(Opium)”같은 향수들은 한 번 뿌리면 방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렬한 향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러한 ‘빅 퍼퓸’의 시대는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권력을 상징했고, 당대의 글래머러스한 문화와 궤를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향과 화려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가볍고 깨끗한 향에 대한 선호가 대두된 것이죠. 90년대 향수 트렌드는 “청정”과 “절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향수 전문가들은 “80년대의 과장을 딛고 90년대에는 보다 수수하고 편안한 향수가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합니다. 바다 내음의 마린 향조와 은은한 바닐라의 단 향이 다시 등장하며, 무겁기보다 포근하고 신선한 향이 각광받았습니다.
특히 시트러스나 물의 느낌을 살린 “깨끗한” 계열의 향수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를 대표하는 것이 **이세이 미야케의 “로 디세이(L’eau d’Issey)”**입니다. 1992년에 출시된 이 향수는 폭포의 물안개를 연상시키는 맑은 플로럴-아쿠아틱 향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엘리자베스 아덴의 “선플라워(Sunflowers)”(1993)는 멜론, 피치 등의 과즙 맑은 과일 향과 밝은 꽃향을 담아내어 90년대의 경쾌한 여름 감성을 전했습니다. 이러한 향수들은 1980년대의 짙은 향과 대비되는 산뜻함으로 사랑받았죠.
한편 90년대는 향수의 젠더 규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1994년, 캘빈클라인은 **“CK One”**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유니섹스(남녀공용) 향수 붐을 일으켰습니다. CK One은 출시와 동시에 “누구나 같은 향을 즐길 수 있다”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기존에는 향수가 남성과 여성용으로 철저히 구분되었지만, CK One의 성공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유니섹스 향수 시장에 도전하게 되었죠. CK One의 향은 레몬, 파인애플 등의 상큼한 시트러스와 가벼운 머스크의 조화로 밝고 깨끗하며 캐주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당시 “비누로 갓 씻은 듯한” 비누향이 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산뜻했는데, 이는 90년대의 미니멀리즘 패션과도 잘 어울리는 향취였습니다thecut.com.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차림의 청춘들이 등장한 CK One의 흑백 광고 캠페인은 젠더리스 패션과 그런지한 스트리트 감성을 담아내며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튀지 않고 깨끗한 것이 혁명적”**이라는 평까지 나왔을 만큼, CK One의 등장은 향수계에 신선한 충격이었죠.
이렇듯 90년대 중반을 거치며 향수는 ‘강렬함’에서 ‘깨끗함’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갔습니다. 에스티 로더의 “플레저스(Pleasures)”(1995)가 대표적입니다. 이 향수는 비 온 뒤 정원의 꽃내음을 콘셉트로 한 은은한 꽃향(피오니, 백합 등)에 그린 노트와 산뜻한 머스크를 더해 살짝 젖은 꽃다발 같은 향을 구현했습니다.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플로럴 향을 내세운 플레저스는 “향수는 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을 유행시켰습니다. 이는 80년대의 도발적 향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신호탄이 되었죠. 같은 시기 랑콤의 “트레소르(Trésor)”(1990) 역시 복숭아와 장미, 아이리스에 머스크를 조합한 포근한 프루티-플로럴 향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부드러운 여성미를 강조한 향수로 기록되었습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가면서, **“비누 향” 혹은 “샤워 갓 마친듯한 향”**이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한 향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자, 아예 “비누 향”을 콘셉트로 내세운 향수 브랜드 **“클린(CLEAN)”**이 2003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클린’ 브랜드의 첫 제품은 말 그대로 비누 같은 향기의 향수로, 복잡한 향조를 배제한 심플함이 특징이었습니다. 이 샤워 막 끝낸 듯한 향수는 무겁고 복잡한 기존 향수들과 달리 산뜻하고 가벼운 매력을 앞세워 출시되었고, 이는 향수가 **“너무 진하고 비슷비슷하다”고 느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대안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비누 향” 클린은 등장하자마자 빠르게 인기를 얻어 세포라 등의 향수 판매 순위 Top10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죠. 이처럼 피부에 남은 비누 거품 향기나 뽀송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연상시키는 향수들이 사랑받으면서, 향수 시장은 보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무드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한편 팝 컬처의 영향도 이 시기 향수 트렌드 변화에 한몫했습니다. 2000년대 초 등장한 셀러브리티 향수 열풍이 그 예인데, 그 시작을 알린 것이 바로 제니퍼 로페즈의 **“글로우(GLow)”**였습니다. 2002년 출시된 이 향수는 **“산뜻·섹시·클린(Fresh-Sexy-Cle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듯한 깨끗한 살내음에 은은한 섹시함을 더한 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네롤리와 파우더리 머스크 노트가 만들어내는 비누 거품 같은 부드러운 향기는 기존의 향수들과 차별화를 이루었고, 글로우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을 건 향수 출시가 잇따랐습니다. 이처럼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진한 향기”에서 “산뜻한 향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향수계에는 미니멀리즘의 바람이 활짝 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 2010년대 초반: 다양한 콘셉트와 라이프스타일의 반영
“향수, 대중 속으로 – 다양성의 시대”
2000년대 중반에 이르자 향수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이 시기에는 명품 패션 하우스부터 팝스타, 인디 조향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체들이 앞다투어 향수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급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향수들이 대량으로 등장해 향수가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과 차별화된 향을 찾는 매니아층을 겨냥한 니치 향수(Niche Perfume)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했습니다. 이는 마치 영화 산업에서 대형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가 공존하며 각기 팬덤을 형성하는 모습과도 비슷했죠.
우선 주류 향수 시장을 돌아보면, 2000년대는 향수가 더 이상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향수는 일상 속의 사치품으로 대중화되었고,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하나의 향수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2001)은 90년대 혁신작인 앙젤(Angel)의 영향을 받아 패출리와 달콤한 구르망 향을 세련되게 조합한 작품으로, 발매 직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터 오렌지와 장미, 패출리가 어우러진 코코 마드모아젤의 모던 오리엔탈 향취는 2000년대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당당한 이미지를 부여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죠. 2005년에는 패출리와 캔디향을 화려하게 활용한 **빅터앤롤프의 “플라워밤(Flowerbomb)”**이 등장해, 달콤하고도 강렬한 앰버 플로럴 향으로 또 하나의 신화를 썼습니다. 이처럼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개발된 독창적 조향 포뮬러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중적 취향에 맞게 변주되면서, 코코 샤넬 Chance(2002), 디올 J’adore(1999), 플라워밤(2005) 등 국제적인 히트향수들이 연이어 탄생했습니다. 이는 향수의 극단적 상업화로 불릴 정도로 시장을 급성장시켰고, 실제로 이 시기 여러 향수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판매 상위권에 남아 있을 만큼 막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인스트림 향수 붐과 나란히, “나만의 향”을 찾아나서는 개성파 소비자들도 증가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유명 연예인 향수나 대형 브랜드 향수를 뿌리는 데 싫증을 느낀 이들은 색다르고 독창적인 향을 갈망하게 됩니다.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니치 향수 브랜드의 탄생과 부상이었습니다. *니치(niche)*란 말 그대로 “틈새”를 의미하듯이, 니치 향수 브랜드들은 거대 패션하우스나 화장품 기업 산하의 향수와 달리 독립적으로 소량 생산되며 실험적인 향조를 추구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프랑스의 **프레데릭 말(Frédéric Malle)**과 조향사 세르주 루텐(Serge Lutens)(둘 다 2000년)을 시작으로, 르 라보(Le Labo)(2005년 뉴욕 설립), 바이레도(Byredo)(2006년 스웨덴 설립), 줄리엣 헤즈 어 건(Juliette Has a Gun)(2006년), 톰 포드 프라이빗 블렌드(Tom Ford, 2007년), 킬리안(By Kilian)(2007년), 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2009년) 등 수많은 니치 향수 하우스들이 우후죽순 탄생했습니다.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농구선수 출신 벤 고햄이 만든 바이레도, 천재 조향사 프랑시스 커정이 만든 메종 프란시스 커정이 있다”*고 할 정도였죠. 이들 브랜드는 기존 명품 디자이너 향수가 추구하던 공식을 깨고 자신들만의 조향 철학을 앞세웠습니다. 가령 프레데릭 말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향수를 뿌리는 세태”에 반발하여, 마스터 조향사들이 자기 개성을 마음껏 담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에디션 드 파퓸 프레데릭 말을 시작했습니다. 르 라보는 향수를 구매할 때 병에 고객의 이름을 라벨로 출력해주는 퍼스널 라이징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고, 각 도시 한정 향수를 내놓는 등 장인정신과 희소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바이레도의 벤 고햄은 농구선수에서 전향한 이색 이력답게 자신이 여행하며 겪은 후각적 기억을 예술적 향수로 풀어내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니치 브랜드들은 대량 마케팅보다는 조향사의 창의성, 고급 원료, 브랜드만의 감성에 집중했고, 젠더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유니섹스 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격대는 높았지만 향료의 품질도 뛰어나 **향수 애호가들 사이에선 “돈 값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충성층을 확보했죠.
니치 향수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향 취향을 다각화시켰습니다. “조말론·딥티크·바이레도”(일명 조·딥·바)로 대표되는 니치 향수 3인방은 감성적인 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더 이상 니치가 ‘매니아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디올, 샤넬, 불가리 같은 전통적인 패션향수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드는 반면, 니치 향수가 국내 향수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고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유통 채널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니치 향수의 대중화가 세계적인 흐름임은 분명합니다. 오죽하면 “니치 향수는 언제부터 더 이상 니치하지 않게 되었나?”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니치 향수 열풍은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세대의 취향과 맞물려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 향수 포럼과 블로그, 국내 향수 카페 등 SNS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향수 컬렉션을 자랑하고 “오늘의 향수(SOTD)”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취향이 비슷한 전세계 향수 애호가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유명 조향사의 한정판 작품부터 작은 인디 브랜드의 향까지 입소문이 타고 국내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과거 같으면 시향조차 어려웠을 독특한 향들을 이제는 온라인 후기와 커뮤니티 평점을 참고해 주문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죠. 이처럼 소비 패턴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향수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어, 각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향수 콘셉트에 반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웰빙과 힐링이 강조되면서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한 향수들이 늘어났습니다. 조 말론 런던은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처럼 영국의 정원과 과일, 허브에서 영감을 받은 일상적 향으로 사랑받았고, 딥티크는 무화과나무(Fig), 탑승권(Airline Ticket) 같은 독특한 테마를 가진 향초와 향수를 선보여 감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또 스마트폰과 e커머스의 발달로, 향수도 백화점 카운터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샘플 키트를 주문해 집에서 시향해보는 문화가 시작됐습니다. 전통적인 향수 유통 경로가 바뀌면서, 니치 브랜드들도 자사 웹사이트나 전문 편집숍을 통해 전세계 고객과 직접 만나는 일이 흔해졌죠. 이러한 변화들은 향수가 단순히 “남을 위한 치장”이 아닌 **“나를 위한 경험”**으로 인식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요컨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향수의 취향 분화와 커뮤니티의 성장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을 찾기 위한 더 넓은 선택과 정보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 현재: 지속가능성, 개인화, 젠더 뉴트럴이 이끄는 트렌드
“향기에 담는 가치 – 윤리와 맞춤의 시대”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2020년대)에 이르는 향수 트렌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 지향적이며 개인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개인 맞춤화(Personalization), 그리고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현대 향수 시장을 이끄는 중심축이 되었죠.
우선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향수업계도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생산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명품 향수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리필 가능한 보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찌, 겔랑, 샤넬 등은 기존 베스트셀러 향수의 용기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대용량 리필 병을 출시하여 향수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럭셔리와 지속가능성은 양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또한 비건(vegan) 향수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인증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급증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향수에 사용되던 동물 유래 향료(예: 시빗 혹은 천연 사향)는 윤리적 이유로 점차 배제되고, 그 자리를 식물성 또는 합성 대체품이 채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브랜드 러쉬(Lush)나 미국의 헨리 로즈(Henry Rose)는 전 제품 비건 향수를 선언하며,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안전한 합성분자로 클래식 향료(예: 사향)를 대체하는 등 윤리적 조향을 내세워 주목받았습니다. 2020년 캘빈클라인이 선보인 **“CK Everyone”**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CK One의 현대적 후속작 격인 CK Everyone은 성별 구분 없는 젠더리스 향수일 뿐 아니라 향수 액체의 79%를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고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은 비건 포뮬러로 제작되었습니다. 또 용기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포장재에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등 **향수 업계 최초의 ‘클린(clean) 프래그런스’**를 표방했죠dfnionline.com. 이렇게 환경과 윤리를 고려한 향수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지속가능성은 현대 향수 브랜드의 새로운 럭셔리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향수 브랜드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전략, 지속가능한 소재 투자, 그리고 기존 틀을 벗어난 센서리 기술 접목 같은 방향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개인화, 즉 맞춤형 향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는 소비자 각자가 자기만의 향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이 맞물린 결과인데요. 최근 몇 년 사이 AI(인공지능) 기반 조향 플랫폼들이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iRomaScents라는 스타트업은 설문을 통해 사용자 기분과 향취 선호 데이터를 수집하면, AI 알고리즘이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향을 추천하거나 조향해주는 서비스를 시도 중입니다. *“상상이 가나요? 더 이상 향수가 수동적으로 뿌리는 제품이 아니라, 나와 상호작용하며 내 기분에 맞춰 변화하는 세상이요”*라고 이 회사의 조향 전문가는 말합니다. 이처럼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향을 찾아주는 시스템은 향수 선택 과정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어주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수백 가지 향 속에서 자기 취향을 찾는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일부 향수 하우스들은 맞춤형 조향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고급 향수점에서는 조향사와의 상담을 거쳐 고객만을 위한 온리원 향수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미국의 몇몇 인디 브랜드는 소비자가 온라인 퀴즈에 답하면 AI가 향을 조합해주는 맞춤 향 제작 키트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수가 대량생산품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담는 1:1 맞춤 작품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레이어링(layering) 문화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레이어링이란 두 가지 이상의 향수를 겹쳐 뿌려 새로운 향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향수 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퍼진 트렌드입니다. 사실 향수를 섞어 쓰는 발상은 중동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존재했지만, 서구 시장에서는 조 말론 런던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조 말론의 향수들은 단순하고 깔끔한 솔리플로르 계열로 구성되어 서로 조합해도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만들어졌는데, 브랜드 측에서 공식적으로 “자신만의 조합을 찾아보라”고 권하면서 소비자들도 즐겁게 여러 향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은 오렌지 블로섬에 우드를 한 방울 얹어볼까” 식으로 나만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인기 향수 레이어 조합을 추천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향수를 1개만 쓰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믹스매치하는 즐거움이 새롭게 부각되었습니다. 레이어링 문화는 소비자가 향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향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젠더 뉴트럴(성중립적) 경향은 현대 향수 시장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앞서 90년대에 CK One이 촉발한 유니섹스 흐름이 있었다면, 2010년대 후반부터는 아예 “남성용, 여성용” 구분을 없앤 향수가 주류로 부상했습니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2010년 신제품 향수의 17%만이 유니섹스였던 것이 2018년에는 51%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제 절반 이상의 향수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중성향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뜻이죠. 젠더리스 향수의 인기는 특히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꽃 향기가 꼭 여자만의 것이 아니고, 우디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남자만의 것도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향수 브랜드들도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2019년 구찌가 선보인 **“메모아 뒨 오도르(Mémoire d’Une Odeur)”**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구분을 없앤 향수로 화제가 되었고, 같은 해 셀린느(Celine)도 11종의 향수를 모두 성별 표기 없이 출시하여 주목받았습니다. 이들은 광고에서도 전통적 성 역할 이미지를 배제하고, 중성적인 분위기나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조 말론 런던의 글로벌 부대표는 *“우리 브랜드는 처음부터 남자 향, 여자 향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스토리’와 ‘무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향을 맡으면 성별보다는 해변 절벽 위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죠. 향수 업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여성용은 달콤하고 남성용은 강해야 한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후각적 표현의 자유가 확산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줄 뿐 아니라, 향수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은 현재진행형 트렌드입니다. 향은 본디 아날로그적인 감각이라 인터넷으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업계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향수병을 비추면 해당 향수의 노트 정보와 분위기를 시각/청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한 향수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이색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l.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언택트 시향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이에 따라 클릭 한 번으로 샘플 키트를 배송받아 집에서 향을 맡아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디지털 샘플링 서비스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VR(가상현실)과 향기의 접목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령 VR 콘텐츠에 맞춰 특정 향을 분사하는 디지털 디퓨저 기술이 개발되어 전시회나 자동차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대중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온라인 쇼핑 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향기를 체험하는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은 전통적인 향수 경험을 확장시켜, 언젠가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향수 시장 전문가와 조향사가 보는 미래 전망
이제 앞으로의 향수 트렌드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전문가들과 조향사들은 한 목소리로 **“지속가능성”**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개성의 극대화”**를 미래의 키워드로 꼽습니다. 세계 향수 시장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 약 44억 달러 규모이던 글로벌 향수 시장은 2019년에 이미 6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에는 약 524억 달러(한화 60조 원 이상)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시장도 2010년대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경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러한 시장 확대의 원동력에는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 개인화 기술의 도입, 니치 향수의 대중화 등이 모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미래: 이제 친환경과 윤리는 트렌드를 넘어 향수 산업 전반의 기본 가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모니터 등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소비자 중 다수가 향수 구매 시 친환경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향수 브랜드들은 보다 혁신적인 지속가능 솔루션을 도입할 전망입니다. 예컨대 완전히 생분해되는 향수 보틀 소재나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캡과 포장재가 등장하고, 향료 원료 역시 공정무역과 친환경 농법으로 조달된 것들이 각광받겠죠. 또 조향 업계에서는 천연 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해 합성 생명공학 기술로 장미향 분자를 대량생산하거나, 폐기물 업사이클링 향료(예: 커피 추출 후 남은 폐기물로 향을 추출) 개발 등 지속가능한 향료 연구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한 조향사는 *“지속가능한 향수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원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포장∙유통∙폐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새 시대의 럭셔리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분해 가능한 소재 조달, 리필용기 개발, 윤리적 원료 소싱이 향후 럭셔리 향수의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술과 향수의 접목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AI는 향수 창작과 개인화 영역에서 점점 큰 역할을 맡고 있는데, 향후에는 AI 조향 어시스턴트가 조향사들의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글로벌 향료회사 심라이즈(Symrise)는 IBM과 협업해 **AI 조향사 ‘필리라(Philyra)’**를 개발, 수천 개의 조향 공식 데이터를 학습시켜 새로운 향 조합을 제안하도록 했고 이것으로 상용 향수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미래에는 AI가 축적한 방대한 소비자 선호 데이터를 토대로 각 지역 문화나 계절에 맞는 향수 신제품을 제안하는 등 트렌드 예측과 개발 사이클 가속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향수 마케팅과 체험 방식도 진화할 전망입니다. 집에서도 VR 헤드셋과 연동된 향 분사 장치를 통해 매장에 가지 않고도 가상으로 향을 시향해볼 수 있고, 온라인 라이브 방송 중에 시청자가 원하면 원격으로 향기를 전달받는 서비스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현재로서는 혁신적인 개념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향수의 기능성과 새로운 카테고리 확장도 미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향수를 기분 전환이나 힐링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실제 설문에서 향 사용자 중 80%가 “향이 기분 개선에 필수적”이라고 응답했는데, 이에 부응해 아로마테라피와 Fine Fragrance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트레스 완화, 수면 보조, 집중력 향상 등 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향수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라벤더와 백단유 향으로 숙면을 돕는 스프레이나, 상쾌한 시트러스와 허브로 집중력을 높이는 “기능성 퍼퓸” 라인이 인기를 끌 수 있죠. 이는 향수가 감정 케어와 연결되면서 소비자들의 삶 속에 더욱 깊이 스며드는 방향입니다.
끝으로, 니치 향수의 대중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때 틈새로 여겨졌던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이제는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하고, 글로벌 뷰티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에스티로더는 르 라보와 프레데릭 말을, 루이비통 모엣헤네시는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샤넬은 수아레오리앙(Soir d’Orient) 등의 인디 브랜드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습니다. 이는 거대 기업들이 니치 향수의 성장성과 팬층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인수로 니치 브랜드들의 유통망이 넓어지고 R&D 투자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고품질의 향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대기업 산하로 들어간 니치 향수가 과거의 실험정신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미래에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잡는 니치 브랜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겠죠. 이에 대응해 새로운 인디 조향사들은 또 다른 신생 니치 브랜드를 꾸준히 선보일 것이고, 향수 시장은 끊임없는 창의적 경쟁으로 활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요약하면, 향수의 미래는 더 친환경적이고, 더 개인화되며, 더 경계 없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향수병 하나에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기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이야기에 꼭 맞는 향이 제공되며,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이가 향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향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치는 앞으로도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풍요롭게 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은은한 향기로 기록해나갈 것입니다.
시대별 대표 향수 타임라인 & 트렌드 한눈에 보기
1990년대: 티에리 뮈글러 “앙젤(Angel)” (1992) – 달콤한 프랄린과 초콜릿 향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혁신적 구르망 향수. 강렬한 패출리 베이스와 설탕 같은 향으로 구르망 계열의 시작을 알린 작품. 80년대의 화려함을 잇되, 새로운 향료(에틸말톨) 활용으로 향수의 지평을 넓혔다. 캘빈클라인 “CK One” (1994) – 세계 최초의 메가 히트 유니섹스 향수. 산뜻한 시트러스와 그린티, 머스크가 어우러진 미니멀하고 깨끗한 향으로 90년대 젊은이들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패션계의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물려 젠더리스 향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2001) – 현대적인 우디-앰버 계열의 플로럴 오리엔탈 향. 오렌지와 장미, 패출리의 조화로 세련된 달콤함을 구현하여 2000년대 최고의 인기 향수 중 하나로 등극. 제니퍼 로페즈 “Glow” (2002) – 셀러브리티 향수 붐의 신호탄. 비누 거품 같은 깨끗함과 은은한 머스크 섹시함을 결합한 향으로 출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Fresh Sexy Clean”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샤워 막 끝낸 듯한 피부향을 내세워 이후 수많은 스타 향수 출시의 촉매제가 됐다. 빅터앤롤프 “플라워밤” (2005) – 진한 파촐리와 캐러멜 같은 구르망 노트를 풍성한 꽃다발 위에 얹은 폭발적 향의 향수. 캔디 향 유행을 이끌며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향수가 하나의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2010년대: 르 라보 “상탈 33” (Santal 33, 2011) – 부드럽고 스모키한 샌달우드 향에 바이올렛과 가죽의 감각적 조합을 더한 유니섹스 향. 뉴욕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아내 전세계 힙스터들의 시그니처 향으로 떠올랐고, 니치 향수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바카라 루즈 540” (2015) – 에탄올에 적신 설탕을 태울 때 나는 듯한 앰버그리스 계열의 투명한 단향으로, 니치 향수가 주류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 걸작. 특유의 달콤하고도 우디한 향이 입소문을 타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구찌 “메모아 뒨 오도르” (2019) – 로마 카모마일과 머스크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향으로, 구찌 최초의 젠더뉴트럴 향수로 출시되었다. 남녀 모델 구분 없는 캠페인과 함께 **“향에 성별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향수 업계 전반의 성중립 트렌드를 상징했다.
2020년대: 캘빈클라인 “CK Everyone” (2020) – 과거 유니섹스 향수의 아이콘 CK One의 정신을 계승하되, 비건 포뮬러와 친환경 패키지로 업그레이드한 젠더프리 향수. 시트러스와 워터리 노트의 깨끗한 향에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더해 새 시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담았다. 향수 AI 크리에이션 & 맞춤 서비스의 등장 – 2020년대 초반 IBM과 심라이즈의 AI 조향사 개발, ScenTronix 등의 알고리즘 향수 제작 플랫폼 출현. 전통적인 조향 예술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개인별 맞춤향을 만드는 미래를 앞당긴 사례들이다. 이처럼 2020년대 향수 시장은 친환경·개인화·테크놀로지가 융합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향수들은 그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소비자 취향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30년 전 화려했던 향기가 미세한 향기로 변모하기까지, 향수의 역사는 곧 우리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의 변화상이었습니다. 향기의 유행은 돌고 돌지만,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향기는 또 어떤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을지, 향수를 사랑하는 이라면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curated by 신라공주 프라랑
이 그림은 향기의 세대 간 전승과 시간의 흐름 속 기억의 향기라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장소: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치는 들판, 배경에는 붉고 주황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계절의 변화와 감성적인 분위기를 전합니다. 이는 향수가 시간과 계절의 기억을 담는 매개체임을 상징합니다.
등장인물: 왼쪽에는 옛날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성인 남성이, 오른쪽에는 야구 배트를 든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있으며, 소년은 기쁨에 찬 눈빛으로 남성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남성은 소년을 향해 보호자 같은 자세로 서 있고, 오른손엔 오래된 야구 글러브를 들고 있습니다.
상징적 의미:
성인 남성은 과거의 향기를 간직한 ‘기억의 인물’처럼 보이며, 소년은 미래의 향기를 맡는 ‘새로운 세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년의 표정은 ‘순수한 감각의 발견’을 상징하고, 남성의 그림자 속 미소는 ‘전해지는 향기, 전해지는 감정’을 암시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처음 향수를 건네는 장면처럼, 후각을 통한 기억의 유산, 또는 향수를 매개로 한 감정의 연대기를 묘사합니다.
전체적 분위기: 전통적인 회화 스타일은 향수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향기가 인간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드는지를 비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그림은 향수의 본질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전달하는 매개체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