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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당내가 향으로 다시 읽은 일리아드

프라랑
2026-08-17
조회수 61


FRARANG MAGAZINE · SCENT & CLASSICS


 

FRARANG MAGAZINE · SCENT & CLASSICS


내가 향기로 다시 읽은 『일리아드』

헤라의 향유에서 헥토르의 장미 향까지,


나는 왜 전쟁의 서사 한가운데서 자꾸 향기를 붙잡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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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 일리아스』 전투 장면 — 작자 미상, 5세기경.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살아 있는 나에게 향기는 욕망이었고, 언젠가 사라질 것들 앞에서 향기는 내가 붙잡은 존엄과 기억이었다.


PERSONAL ESSAY · 프라랑 매거진 | 향기와 고전을 읽는 시간




PROLOGUE

나는 이 책을 향기로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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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 일리아스』의 그리스군 진영 — 작자 미상, 5세기.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일리아드』를 처음 완독했을 때, 나는 이 책이 향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청동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전차가 일으키는 흙먼지, 상처에서 흐르는 피. 내 기억 속 이 서사시는 온통 소리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뒤, 어떤 이유로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 정확히는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뒤였다 — 나는 전과 다른 문장들에 자꾸 멈춰 섰다.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눈이 머문 곳은 전투 장면이 아니었다. 몸을 씻기고, 기름을 바르고, 시신을 지키는 장면들이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왜 그 문장 앞에서 멈추는지 깨달았다. 


나 역시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그의 옷에 남은 냄새를 오래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냄새는 얼마간 남는다는 것을, 나는 책이 아니라 삶에서 먼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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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머리 모양의 테라코타 아리발로스(향유병) — 그리스, 기원전 500년경.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그래서 이 글은 학술적인 향료사(香料史)가 아니다. 호메로스가 말한 암브로시아나 넥타르가 실제로 어떤 물질이었는지 고증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독법이다. 향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상실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나는 『일리아드』를 다시 읽으며 향기가 놓인 여섯 장면 앞에 차례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장면들이 내게 무엇을 말했는지를 이 글에 옮긴다.




01 SCENT SCENE

헤라의 향기

전쟁의 방향을 바꾼 향유 — 나는 이 장면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일리아드』 14권에서 헤라는 제우스의 시선을 전쟁에서 돌리기 위해 스스로를 단장한다. 몸의 때를 씻고, 신적인 향유를 풍성하게 바른다. 호메로스는 이 기름을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며, 제우스의 궁전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그 향기가 땅과 하늘까지 미칠 것처럼 말한다. 향기는 여기서 장식이 아니라 존재의 범위를 확장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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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산의 제우스와 헤라〉 — 안드리스 코르넬리스 렌스, 1775. 빈 미술사박물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내가 향을 뿌리는 순간들을 떠올렸다. 중요한 자리에 나서기 전, 나는 옷보다 먼저 향을 고른다. 그것이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라의 장면을 읽고 나서야 그 행위의 오래된 문법을 이해했다. 향을 두른다는 것은 내 몸의 경계를 조금 넓히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공간을 채우고, 그 공간 안의 사람들의 판단에 조용히 개입하는 일이다. 헤라가 향으로 신들의 왕을 흔들었다면, 나 역시 매일 아주 작은 규모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다. 향유를 두른 헤라 앞에서 제우스의 판단은 흐트러지고, 전쟁의 흐름에는 틈이 생긴다. 호메로스에게 향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힘이다. 칼보다 가볍고 창보다 부드럽지만,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향이 결코 사소한 장식이 아니라는 확신을 새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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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알라바스트론(향유병) — 그리스·동부 지중해, 기원전 6세기 말~5세기.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향기는 칼보다 가볍지만, 나는 그것이 사람의 판단을 바꾸는 걸 매번 목격한다.




02 SCENT SCENE

사르페돈의 몸

신이 죽은 아들에게 바른 것은 암브로시아였다


16권에서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은 파트로클로스에게 죽는다. 신의 아들이지만 운명은 그를 전장에서 구해주지 않는다. 다만 죽은 이후의 몸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제우스는 아폴론에게 사르페돈의 몸을 전투에서 꺼내 검은 피를 씻어내고, 강물로 목욕시키고, 암브로시아를 바르고, 불멸의 옷을 입히라고 명한다. 그 뒤 '잠'과 '죽음'이 시신을 고향 리키아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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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페돈의 죽음〉, 에우프로니오스 크라테르 — 에우프로니오스·에우크시테오스, 기원전 515년경.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멈췄다. 신조차 죽음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씻기고 발라주기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남았다. 되돌릴 수 없는 것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의례뿐일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손을 쓸 수 없는 순간에,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곁을 지키고 무언가를 정돈하는 것뿐이었다.


향기는 여기서 존엄의 기술이 된다. 전투는 인간의 몸을 물질로 해체하지만, 장례는 그 몸에 다시 이름을 돌려준다. 사르페돈에게 암브로시아가 발리는 순간은 죽은 전사가 다시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으로 회복되는 순간이다. 나는 이것을 읽으며, 좋은 냄새란 결국 누군가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행위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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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죽음이 리키아의 사르페돈을 옮기다〉 —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1803.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03 SCENT SCENE

파트로클로스

친구의 시신이 썩을까 두려웠던 아킬레우스, 그리고 나의 두려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이후 『일리아드』는 놀랄 만큼 구체적으로 시신을 다룬다. 18권에서 동료들은 물을 끓여 몸을 씻고, 기름을 풍성하게 바르고, 상처에는 아홉 해 묵힌 연고를 채운다. 흰 천과 옷으로 몸을 덮는다. 이 장면은 신들의 기적이 아니라 인간들이 수행하는 손의 의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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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킬레우스〉 — 개빈 해밀턴, 1760~1763.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아킬레우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헥토르와 싸우는 동안 파트로클로스의 몸이 부패하고 벌레가 생길 것을 걱정한다. 19권에서 테티스는 그 두려움에 답하듯 파트로클로스의 콧구멍을 통해 암브로시아와 붉은 넥타르를 넣어 육체가 온전히 유지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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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수레로 옮기는 장면 — 에트루리아 석회석 유골함, 기원전 2세기. 피렌체 국립고고학박물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나는 이 두려움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과정에서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조금씩 '그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는 시간이었다. 아킬레우스가 부패를 두려워한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얼굴이라고, 나는 이 대목에서 확신했다. 향기롭고 신적인 물질이 시간의 파괴를 잠시 멈추듯, 나 역시 그 사람이 남긴 향을 몇 달간 지우지 못했다. 그것은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애도의 시간을 버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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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와 네레이데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새 갑옷을 가져오는 장면의 테라코타 레키토스(향유병) — 에레트리아 화가 귀속, 기원전 420년경.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향은 죽음을 이기지 못한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를, 나를 위해 잠시 늦춰준다.





04 SCENT SCENE

헥토르와 장미

분노가 몸을 훼손하려 할 때, 나는 사랑의 여신 편에 선다

『일리아드』의 후각적 절정은 23권의 헥토르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닌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폭력은 죽은 몸을 향한다. 그런데 헥토르의 몸은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아프로디테가 밤낮으로 개들을 막고, 그의 몸에 '장미처럼 향기로운 신성한 기름'을 바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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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의 시신을 끄는 아킬레우스 — 디오스포스 화가의 백지 레키토스, 기원전 490년경. 루브르박물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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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크 장미 식물 도판 — 엘리자베스 블랙웰, 1750. 본문 속 장미의 정확한 종을 특정하는 자료가 아닌 연결 삽화.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나는 이 장면에서 장미를 낭만적인 꽃으로 읽지 않는다. 그것은 폭력에 맞서는 표면이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피부를 흙과 돌에 갈아 없애려 할 때, 아프로디테의 향유는 피부를 보존한다. 분노가 인간을 사물로 만들려 할 때, 향기는 다시 몸의 아름다움과 존엄을 붙잡는다. 나에게 이 대목은 향수의 역사보다 향기의 윤리에 가깝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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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성벽 주위로 헥토르의 시신을 끄는 아킬레우스〉 — 피에트로 테스타, 1648~1650.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좋은 냄새란 무엇인가. 나는 오랫동안 이 질문에 아름답거나 비싼 원료로 답해왔다. 그러나 『일리아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좋은 냄새는 죽은 사람의 몸이 더 이상 모욕당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냄새였다. 나는 이제 향을 고를 때마다 이 장면을 떠올린다. 향은 누군가를 꾸미기 이전에, 누군가를 지키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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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클로스의 발치에 헥토르의 시신을 보이는 아킬레우스〉 — 장 조제프 타이야송, 1769. Krannert Art Museum, CC0.  원본 이미지





05 SCENT SCENE

헥토르의 마지막 염습


적의 손이 다시 인간의 손이 되는 순간, 나는 용서를 배웠다

24권에서 프리아모스는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는다. 그 유명한 만남 이후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몸을 돌려주기로 한다. 시녀들은 시신을 씻고 기름을 바른 뒤 옷을 입힌다. 그리고 아킬레우스 자신이 그 몸을 들어 침상과 수레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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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의 시신을 청하는 프리아모스〉 — 알렉세이 마르코프, 1824. 에르미타주박물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이 장면은 내게 작품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큰 전환처럼 읽힌다. 앞서 헥토르를 전차에 매달았던 손이 이제 그 몸을 들어 올린다. 향유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는 신이 인간의 분노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랐다면, 이제는 인간이 직접 죽은 적의 몸을 정돈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용서란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손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것임을 배웠다. 말보다 먼저 손이 다시 다정해질 때, 용서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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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의 시신을 청하는 프리아모스〉 — 주세페 지로메티, 1815년경, 오닉스·금 카메오.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씻기고 기름을 바르는 행위는 전투에서 망가진 몸을 장례 가능한 몸으로 되돌린다. 헥토르는 다시 아들, 남편, 아버지, 트로이의 영웅이 된다. 나는 『일리아드』가 바로 이 순간, 전쟁 영웅담에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완성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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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쓴 전사 머리 모양의 테라코타 아리발로스(향유병) — 동부 그리스, 기원전 600~575년경.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06 SCENT SCENE

장례의 불

향기는 연기가 되어 기억으로 이동한다 — 나는 그 연기를 알고 있다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에서 거대한 화장 장작더미가 세워지고, 시신 곁에는 꿀과 기름이 담긴 항아리들이 놓인다. 불은 몸을 태우고, 액체는 열과 함께 사라진다. 살아 있을 때 피부에 머물던 기름은 장례에서는 불 곁에 놓인다. 향기는 피부의 표면에서 연기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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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클로스의 장례〉 — 자크 루이 다비드, 1778.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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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로클로스의 화장 장작더미를 준비하는 아킬레우스 — 기원전 330년경 도상을 옮긴 1884년 도판. CC0.  원본 이미지



나는 향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이 장면을, 내가 겪은 어떤 장례의 순간과 겹쳐 읽는다. 손으로 만질 수 있던 몸이 사라지는 순간, 냄새 역시 공간으로 퍼져 붙잡을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떠나도 그가 있던 방의 냄새가 한동안 남듯, 나는 지금도 어떤 향을 맡으면 특정한 사람과 특정한 계절로 순간 이동한다. 장례의 연기는 그렇게 몸이 기억으로 옮겨가는 감각적 통로였다는 것을, 나는 이 장면을 읽고서야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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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 편평형 알라바스트론 — 미케네, 기원전 13세기. 꿀 또는 연고를 담았을 가능성이 있는 용기.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THE SCENT CODE

내가 정리한 『일리아드』 향기의 세 가지 기능

여섯 장면을 나란히 놓고 다시 읽으며, 나는 내 나름의 표를 만들어보았다. 향기는 살아 있는 몸을 매혹적으로 만들고, 죽은 몸을 썩음과 훼손으로부터 지키며, 마지막에는 장례를 통해 기억으로 옮겨간다. 향기의 역할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기능



대표 장면



후각 이미지



나에게의 의미



욕망의 향



14권, 헤라



향기로운 신성한 오일



나를 넓히는 힘



보존의 향



16권 사르페돈 · 18~19권 파트로클로스 · 23권 헥토르



암브로시아, 넥타르, 오일, 연고



붙잡고 싶던 시간



애도의 향



23권 파트로클로스 장례 · 24권 헥토르 염습



기름, 꿀, 연기



떠난 이를 기억으로 보내는 법


특히 신과 인간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신들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같은 초월적 물질로 몸의 시간에 개입한다. 인간인 나는 물과 기름과 연고, 천과 불을 사용할 뿐이다. 재료는 다르지만 행동의 문법은 같다. 씻고, 바르고, 감싸고, 보내는 것. 나는 이 문법이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이상하게도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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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트 양식의 아리발로스 세 점(향유·향료 용기) — 그리스, 기원전 680~600년경. CC0.  원본 이미지




OLFACTORY PALETTE

내가 만약 이 이야기를 향으로 빚는다면

『일리아드』를 향수로 옮긴다면, 나는 화려한 플로럴보다는 대비가 강한 구성을 고를 것 같다. 첫인상은 건조한 흙먼지와 금속성의 차가움, 중간에는 올리브 오일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지방감과 장미, 마지막에는 연기와 나무, 꿀의 흔적이 남는 향. 이것은 호메로스의 원문에 실재하는 향료 처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내가 이 이야기를 읽고 상상한 창작적 팔레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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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올리브·레바논시더 식물 도판 — 19세기 공공영역 자료를 재구성한 후각 팔레트.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장미 · 올리브 · 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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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벌집〉 벽지 조각 — 캔디스 휠러, 1881. 꿀·밀랍의 시각적 연결 이미지.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핵심은 '전쟁의 냄새'와 '몸을 지키는 향'의 대비다. 나는 이 두 개의 축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이 이야기가 비로소 향으로 완성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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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 티미아테리온(향로) — 그리스, 기원전 325~300년경. 본문 속 정확한 기물이 아닌 제의의 연기를 환기하는 연결 자료. The Met Open Access, CC0.  원본 이미지




구간



이미지



내가 상상한 향조



Top



전차가 지나간 트로이 평원



드라이 어스, 미네랄, 메탈릭 어코드



Heart



헤라의 피부, 헥토르의 장미 향유



로즈, 올리브오일 뉘앙스, 부드러운 플로럴, 스킨 머스크



Base



장례의 불과 남겨진 기억



시더, 스모크, 밀랍/꿀 뉘앙스, 레지너스 우드




EPILOGUE

향기는 죽음의 반대편에서, 내 편에 서 있었다


『일리아드』는 영웅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죽은 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반복해서 묻는다. 피를 씻고, 기름을 바르고, 상처를 메우고, 천으로 감싸고, 불에 올리는 행위는 전쟁이 파괴한 몸을 다시 인간의 질서 안으로 돌려놓는다. 나는 이 반복 속에서,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다정함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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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를 애도하는 안드로마케〉 — 자크 루이 다비드, 1783. 푸시킨미술관.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그래서 나에게 이 작품의 향기는 죽음과 반대되는 생명의 향이라기보다,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인간다움의 향에 가깝다. 헤라에게 향은 욕망을 일으키는 힘이었고, 사르페돈과 파트로클로스에게는 부패를 늦추는 힘이었으며, 헥토르에게 장미 향유는 모욕과 훼손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마지막 막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 여섯 장면은, 내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어떤 사람의 냄새를 지우지 못했는지를 설명해 준 대답이었다.


향수는 흔히 아름다움, 매력, 취향의 언어로 이야기된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일리아드』를 다시 읽은 뒤, 나는 더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됐다. 나는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냄새를 남기고 싶어 하는가. 어쩌면 향은 존재를 꾸미기 위한 것이기 전에,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나에게 향기는 욕망이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했던 나에게 향기는 존엄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떠난 이에게 향기는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전쟁의 가장 잔혹한 서사 한가운데서, 호메로스는 향기를 인간성의 편에 두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은 뒤로 향기를 나 자신의 편에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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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청하는 프리아모스〉 — 알렉산드르 이바노프, 1824. Public Domain.  원본 이미지

 


SOURCE NOTE  본문에 인용된 장면은 Homer, Iliad 14권(헤라), 16권(사르페돈), 18~19권(파트로클로스), 23권(헥토르 보호 및 장례), 24권(헥토르 염습)을 바탕으로 하며, 원문 대조는 Perseus Digital Library의 영역본(A. T. Murray / Samuel Butler 계열)을 참고했다. 본문의 향조 해석과 개인적 서술은 필자의 창작적 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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